하멜 표류기 - 네덜란드인의 눈에 비친 조선
스페르베르호-1653년 7월 30일 대만을 떠나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도중에 태풍을 만났다. 닷새 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제주도에 표류한 것이 8월 16일이었다. 승무원 64명 중 28명이 죽고 36명만이 남았다. p.18
이 책은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표류한 이후의 조선에서의 겪은 일들을 유럽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출판한 책이었다. 하멜 일행은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되어 있으면서 조선의 풍습을 배웠으며 문화를 익혔다. 계속되는 가뭄 속에 혹독한 상관의 눈을 피해 일본으로 돌아간 그들은, 다행히 네덜란드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역사에 있어서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만약에 그때 문호를 개방했다면, 이라든지 하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느낌은 저버릴 수가 없었다. 문득 30여년의 식민국으로서의 이 땅과 전쟁과 피로 물들었던 몇 년, 그리고 자유의 쟁취를 위해 붉은 손을 흔들었던 군부독재시대의 뜨거운 함성소리가 한데 얽혀서 머릿속 한구석에서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느냐고,
물어보기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책에 대해서는, 별로 큰 감동은 없었다.
하멜은 제주도에 표류했고, 조선은 그들을 억류했으며, 그들은 이국땅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리고 조선에서 느낀 점들, 경험했던 것들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보고서로서의 목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유럽 전역에 번역 출간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남편을 죽인 아내에게 내리는 형벌에 대한 얘기였다. 여자를 어깨까지 땅에 묻고 옆에 톱(?)을 놓는다. 그리고 그녀가 죽을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톱을 켜는 것이다. 문득 유럽에서의 수레바퀴 형벌이나 압사 등의 고문보다 더 고통스러운 형벌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들에게는 '미개한 원주민'의 '반인륜적인 고문'으로 보였겠지만, 멀리서 들여다 보면 인간의 잔인한 본성으로 인한 가학성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환생을 하더라도 그런 고문은 받고 싶지 않다는 얄팍한 생각도 했다.
그리고 조선사람들에 대한 평에서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과, 여행객에게 선량하고 친절하게 대한다는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나그네가 여행 중 어느 집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져온 제 몫의 쌀만 내어주면 주인은 그것으로 밥을 해 내준단다. 주민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런 일을 싫어하지 않았다는데, 지금으로썬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는 것이다.
사랑방 한 채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진 땅만큼, 마음도 좁아져서,
심중의 작은, 한 뼘의 땅도 벗들에게, 걸인들에게, 행자에게,
내어줄 수가 없어진 것이다.
간척지가 필요하다.
둥글둥글하게,
우리, 톱니처럼 솟아난 뾰족한 의심과 욕심,
방만과 철없는 이기심을
이해와 관용, 배려와 친절이란 이름의 흙으로
둥글게 메꿔나가야 한다.
그게 삶이다.
2002. 10. 1. 국군의날에 씀.
ps.
'푸른 눈'이라고 썼다가 고칩니다.
서양사람이라고 하면 모두 푸른 눈을 가졌을 거라 예상하지만, 사실
블랙아이리쉬라는 말도 있듯 머리 검고, 눈 검은 서양인도 있다는 거지요...
(네! 전, 블랙아이리쉬를 사랑합니다. ㅠ.ㅠ 존 쿠삭....부터 쩝..!!)
게다가 푸른 눈만이 아니라 회색 눈이나 녹색 눈 등등등 여러가지 색깔의 눈이 있으므로... (무슨 말 하려는 게냐??)
아무튼,,,,, 고쳤어요.
옛날에 읽었고, 옛날에 쓴 감상이며, 다시 읽고 싶지는 않은 책입니다만,
그래도 '하멜표류기'라든지,
미국에 의해 군사적 목적으로 씌여졌다고 하는 '일본인'에 대한 기록 "국화와 칼"은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양사람들이 동양을 보는 시선에는 어떤 편견이 있다는 것과
결코 그런 시선이 옳지는 않다는 것은 생각해 가면서 말이죠.
사실은 박노자의 '좌우는 있고 우아래는 없다' (좌우는 있고 위아래는 없다 ㅋㅋㅋ)에 대한 글을 올리려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서 갈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읽어두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왜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사는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더 나은 점이 무엇인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는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한 글도- 곧 올리...겠죠. ^^
신선한 책을 소개해드리면 좋으련만-
제가 신간에 약하며, 베스트셀러를 등한시하는 관계로,
옛날 책만 소개하는 것 같네요-.
(사실은, 게을러서랍니다...ㅋㅋ)
(정말, 큰일이예요.. 게을러서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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