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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법(문학)/이야기 분석

[시나리오작법] 오아시스 역트리트먼트

by 칼랭2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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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의 집필은 일반적으로 기획 → 시놉시스 → 트리트먼트 → 시니스타 → 시나리오 순서로 진행됩니다.

분석 및 창작 연습을 위해, 영화를 보고 트리트먼트가 어떤 식으로 작성되었을지 예상하여 쓴 것이 역트리트먼트입니다.
극작과 수업 때 과제로 냈던 글입니다.
트리트먼트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참고용으로 올립니다.

오아시스

네 페이지 逆 트리트먼트
 
오프닝 시퀀스
 
화면 가득 싸구려 벽걸이 카펫에 새겨진 인도풍의 그림이 비친다. 그림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스산하게 흔들린다. 그림자의 움직임은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음산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나무 그림자가 서서히 옅어지면서 그림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림의 하단에는 'OASIS'라고 씌어 있다.
 
두어 그루의 야자수 나무가 있고, 우물의 주위로 사막이 펼쳐져 있다. 뜨거움을 상징하듯 하늘은 빨갛다. 물을 마시려는지 우물가로 다가오는 코끼리가 보이고 야자수 그늘 아래에는 인도풍의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이 서 있다. 그리고 벗은 몸을 새까맣게 드러낸 아이도 있다.
  

라디오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화면은 불안한 듯 미세하게 흔들린다. 화면이 밝아오면서 그림자는 사라진다.
버스에서 내리는 종두. 썰렁한 서울 시내의 한 거리. 짧은 머리에 반팔 옷을 입고 있는 종두.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다. 종두의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종두는 담배를 빌려 피운 후, 정류장 옆 의류 행상에게서 여자 옷을 사들고 집을 찾아가지만 가족들은 이사를 가고 없다. 종두는 공중전화부스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려고 하지만, 돈이 없어서 실패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돈을 내지 못해 경찰서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종두의 전과기록이 상기된다. 종두는 전과3범. 그의 죄목은 폭행, 강간미수, 뺑소니 사고. 동생 종세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나온 종두는 이사한 집을 찾아가지만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들의 태도는 냉담하다.
 
다음날, 종두는 전화통을 붙들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보지만 만나주려는 사람은 없다. 종두는 형 종일에게서 ‘어른이 되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이 형을 따라서 중국집에 일을 구하러 가게 된다. 배달원으로 취직하게 되는 종두. 갈 데가 있다며 일은 내일부터 하겠다,고 하지만 뜻대로는 되지 않는 듯.
 

 
그가 가려고 한 곳은, 2년 6개월 전 자신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집.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간 그 집은 이사로 분주하다. 가족들 모두 떠날 준비로 바쁜 때에, 거실에 혼자 앉아서 외롭게 거울놀이를 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 종두는 공주에게 말을 걸지만, 그때 상식이 들어와 종두를 내쫓는다. 종두는 과일바구니와 함께 쫓겨난 채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공주가 상식내외와 함께 이사 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다시 공주의 집으로 찾아가고, 과일바구니를 두고 초인종을 눌러둔 후 내려간다.
 
 
배달 간 부동산 중개소에서, 고스톱을 치던 남자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종두.
‘모두 사랑하네, 모두 좋아하네’ 남자는 따라 부르지 말라고 종두를 나무라지만, 종두의 입에서는 연신 그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스톱을 구경하느라 가게에 늦게 돌아가게 된 종두는 가게 문이 이미 닫힌 것을 알고 오토바이를 끌고 공주의 집 앞까지 간다. 종두는 공주의 집을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간다. 도로를 질주하는 종두. 영화촬영팀을 보고 한층 더 즐거워진 종두는 난동을 부리다가 제풀에 사고를 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중국집에서도 해고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종두.
 
종두는 공주의 집으로 꽃을 들고 찾아간다. 옆집여자가 공주의 집 열쇠를 베란다 장독대에서 꺼내는 것을 보게 된 종두는 옆집여자가 사라지자 공주의 집 안으로 침입해 들어간다. 놀란 공주는 몸을 움츠린다. 종두는 ‘야, 겁내지 마. 나 나쁜 뜻으로 찾아온 거 아냐. 내가 왜 왔느냐? 궁금하지? 말해줄까 말까?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사귀어 볼라고 찾아온 거야. 거짓말 같애?’라고 말하며, 형의 카센타 전화번호를 공주의 화장대 거울에 꽂아놓는다.
 
공주의 발을 만지던 종두는 급기야 공주를 겁탈하게 되고, 놀란 공주는 결국 기절하고 만다. 당황한 종두는 뻣뻣하게 경직된 공주의 몸을 시체처럼 끌어 욕실로 옮긴 후, 샤워기를 끌어와 그녀의 얼굴에 뿌리기 시작한다. 공주가 어느 정도 정신이 들게 되자, 종두는 집을 나온다.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종두. 화가 났는지 길가에서 괜한 화풀이.
 
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빛에 공주의 방 벽에 걸린 ‘오아시스’그림이 보인다. 그림 위로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평소보다 더욱 어지럽게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공주는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응시한다.
 
공주는 화장대 앞에서 옷을 고른다. 옆집 내외가 공주의 거실로 들어와 정사를 벌이고 공주는 그들을 문틈으로 보게 되지만 그들은 공주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사를 계속한다. 공주는 화장대 거울을 보며 입술연지를 바른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옆집 내외는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는다. 상식 내외가 찾아와 단정하게 차려입은 공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상식의 차 안에서 창밖을 올려다보는 공주.
 
상식의 집. 동사무소 직원들이 장애자용 아파트 거주자 조사차 방문한다. 문을 열면 우아하게 꾸며진 방안에 다소곳이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는 공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공주는, 화장대 거울에 끼워져 있던 종두의 카센터 명함을 떼어낸다. 불꺼진 카센터 사무실, 소파에 담요를 덮어쓰고 자던 종두는 전화벨소리에 깨어난다. 공주는 물어볼 게 있어 전화했다고 말한다.
 
다음날, 종두는 공주를 찾아간다. 종두가 벨을 누르면 잠시 후 공주가 문을 열어준다.
종두와 공주는 통성명을 한다. 공주는 종두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고, 종두는 당황하며 형의 카센터에서 자동차 정비 일을 한다고 말한다. 공주는 일 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말한다.
종두는 심방을 왔다 가는 목사를 붙잡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한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종두. 형 종일에게 카센터 일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김군의 도움을 받으며 카센터 일을 시작한다.
 
틈틈이 공주의 집으로 찾아가 데이트를 즐기는 종두. 불이 꺼진 공주의 방에 두 사람이 나란히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오아시스 그림 위로 나뭇가지 그림자가 흔들리고 공주는 그것이 무섭다고 한다. 종두는 ‘다 없애주마’고 약속한다. 없어지라고 주문을 외는 종두. 그러나 나뭇가지 그림자는 없어지지 않는다. 공주의 집 문을 열고 나온 종두는 공주를 찾아온 상식내외와 하마터면 마주칠 뻔 한다. 종두가 전화통화로 주문을 외워주자, 공주의 방에 드리운 나뭇가지 그림자는 하나씩 사라진다. 그림자가 없는 오아시스 그림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카센터 사무실에서 돈을 훔쳐 나오는 종두. 공주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종두와 공주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창밖의 풍경을 보기도 한다. 음식점을 찾은 종두와 공주는, ‘장사를 안 한다’는 주인에게 쫓겨난다. 결국 종두의 카센터로 와서 중국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드라이브를 즐기고 청계 고가도로 위에서 춤을 추며 놀다가 공주의 집까지 바래다주고 난 후 카센터로 돌아온다. 허락 없이 차를 몰고 나간 종두는 형에게 맞는다.
어디 좋은 데라도 가는 모양인지, 공주의 머리를 직접 감겨주며 몸단장을 시켜주는 종두. 공주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간 곳은 연회 전문식당. 종두母의 생일이라 친척들까지 모두 모였다. 공주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일순 동요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종일은 종두를 식당의 한적한 곳으로 불러낸다. 따라 나오는 종세.
어떻게 만났느냐고 추궁하는 종일, 공주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집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종일: 그 집에 뭐 하러 갔어?
종두: 그냥 갔어요. 미안해서.
종일: 왜 미안해? 응? 니가 왜 미안해? 미안하면 내가 미안하지 니가 왜 미안해?
둘을 말리던 종세는 종일의 편을 든다.
종세: 형이 교도소 들어간 거 아무도 강요한 사람 없어. 형이 원해서 한 거야. 큰 형이 사고 내고 집에 들어왔을 때, 형이 먼저 그랬잖아. 형님은, 응? 회사 다녀야 되고, 할 일도 많은 사람이니까 자기가 들어가겠다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여 있다. 종두는 공주를 데리고 가족들 옆으로 서지만, 종일은 화를 내며 ‘빼’라고 소리친다. 종두는 ‘그럼 나도 안 찍을래’라며 나와 버린다.
 
밤거리는 춥고, 둘은 결국 노래방으로 간다. 하지만 공주는 한 곡도 부르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종두는 공주를 엎고 한 손엔 휠체어를 들고 지하철 계단을 뛰어 내려가지만 막차인 열차는 떠나버린다.

 

공주의 방까지 공주를 데리고 들어온 종두. 공주는 종두에게 같이 있자고 하고 종두는 공주와 정사를 나누게 된다. 그 와중에, 상식내외가 갑자기 공주의 집으로 찾아오고 벌거벗은 두 남녀는 ‘발각’된다.

 

종두는 경찰에게 끌려간다. 경찰차 안에서 종두는 전과기록에 대해 묻는 경찰들에게 자신의 기록을 낱낱이 얘기해준다.

경찰서 밖에 모인 그들의 가족들, 상식ㆍ종일ㆍ종세. 상식은 이런 일로 재판까지 하는 것은 공주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온다. 종세는 적극적으로 합의를 보려고 하지만 ‘2천만 원’이란 말에 종일은 그런 놈은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한다,고 못 박는다. 종일의 태도에 격분한 상식은 애초의 공손하던 태도를 버리고 욕을 하며 들어가 버린다.

 

공주는 경찰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라는 말에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종두가 범인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간간이 공주는 발작과도 같은 행위를 취하지만 그런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목사가 경찰서로 기도를 해주기 위해 찾아오고, 기도하는 중에라도 수갑을 풀어달라는 목사의 부탁에 종두의 수갑을 푼다. 종두는 그 틈에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종두는 버스에서 내린 젊은 여자를 잡아다, 인적 없는 좁은 골목 안으로 데려간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자 입을 틀어막고는 휴대폰을 달라고 한다. 종두는 공주의 집으로 전화를 걸지만 좀처럼 받아주질 않는다. 살려달라는 여자를 보내준다.

 

불 꺼진 어두운 공주의 방. 공주는 웅크린 채 혼자 침대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다. 그녀의 두 눈은 벽에 걸린 ‘오아시스’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을 뒤덮고 있는 검은 나무 그림자들이 음산하게 흔들린다.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려오고, 오아시스에 드리웠던 나무 그림자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간다.

 

창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나무 그림자는 하나씩 없어져 간다. 창 밖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공주는, 불편한 몸을 이끌어 창가로 다가간다. 창 밖에 있는 커다란 나무가 보이고, 누군가 그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형사들이 공주의 집 건물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으로 달려간다. 종두는 나무 위로 올라가 톱으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나뭇가지는 하나 둘 모여든 나무 밑의 사람들에게로 떨어져 내린다. 나뭇가지를 자르는 내내 종두는 신이 나 있다.

종두는 계속해서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공주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한밤중의 난데없는 소동에 잠에서 깨어난 동네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 바람에 깨어난 상식내외는 공주의 방문을 두들겨댄다. 공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종두의 모습을 지켜보며 웃는다.

 

종두는 마침내 마지막 가지를 잘라내고, 일어나서 한손에 톱을 든 채 다시 라디오 소리에 맞춰 춤추는 시늉을 하다가 몸의 균형을 잃고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

 

형사들은 땅바닥으로 떨어진 종두를 일으켜 세워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간다. 잡혀가면서도 종두는 기분이 좋은 듯.

 

창 밖에서 들어온 가로등 불빛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오아시스‘ 그림.

늘 덮고 있던 음산하고 불안해 보이던 나뭇가지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앞 장면에서 디졸브 되는 ‘오아시스’ 벽걸이 그림.

밝은 햇살이 그림 위에 머문다. 창 밖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도 들린다.

방으로 들어오는 공주. 그녀의 손에는 편지 한 통이 들려 있다. 그녀는 화장대에 기대어 앉아 머리핀으로 봉투를 뜯는다.

 

이미 겨울은 끝나고 공주는 반팔 옷을 입고 청소를 하고 있다.

종두의 목소리. 편지의 내용은 유치하지만 공주는 어느 순간,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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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트먼트는 소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대사들이 있다면 트리트먼트에서는 모두 적습니다.
묘사는 서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충실히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더 중요합니다.

시나리오 작업하실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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