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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인디밴드의 현재와 미래!

by 칼랭2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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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표지


요즘 제가 미친듯이 음악을 듣고 있어요. 그 원인이 되었던 그룹이 '짙은'이었는데요. 문득 궁금해지더라구요. 도대체 인디 음악에는 '어떤 음악들'이 있는 걸까, 하는 것이 말이죠. 사실 제가 처음으로 접한 인디 음악은 '말달리자'였거든요. 친구 중에 '메탈'이니 '펑크'니 하는 락을 좋아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의 노래방 애창곡이었습니다. 

 

락 조아하는 친구들 덕에, 컵라면을 주문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도 가 본 적이 있지만.... 달달한 발라드 음악에 심취해 있던 저에게, '락 공연'은 그다지 매력 있는 공연이 아니었던 지라... 지금은 인디음악의 성지..라는 수식까지 붙은 '드럭' 같은 곳은 듣기만 많이 들었던,, 장소였죠. 그때의 기억들 때문인지, '인디음악'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락'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굳이 관심을 갖지 않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장기하'라는 신성이 나타나면서, '인디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김창완의 노래나 송골매, 송창식 등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은 실로 듣기 편하고, 친근했습니다. '인디계의 서태지'라고 불리는 장기하의 출연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인디밴드라고 하면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 같은 그룹들의 신나는 음악들이 떠올랐는데, 장기하가 그런 편견을 깨뜨리기 시작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그때도 '언니네 이발관'이나 '미선이' 등의 밴드들의 존재나 음악을 알고는 있었지만은... 뭔가, 막귀인 저의 감수성을 단번에 휘어잡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하가 재미있는 공연을 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리얼한 가사 솜씨로 '리쓰너'들의 폐부를 쿡쿡 찔렀던 것만큼이나, 그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색채가 그들을 인기 밴드 대열로 끌어 올리는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복고가 유행이란 말도 나오죠. '놀러와'에 출연한 '쎄씨봉' 가수들의 저력은 시청률의 상승과 설 특집방송 편성 등으로 나타나기도 했구요. 한국 대중음악계는 10대~2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방송사에서도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MBC에서는 '추억이 빛나는 밤에'란 정규방송까지 편성하기에 이르렀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음악여행 라라라'가 재편성되어야 한다고 봐요. MBC는 '음악적'인 면에서는 너무 대중적인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습니다. 채널이 하나밖에 없어서, KBS의 '가요무대' '콘서트7080' '열린음악회'처럼 다양한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최근에 편성된 '아이콘(아름다운이들을위한콘서트)' 같은 방송을 보면은, 진작에 아쉽습니다. 한 번밖에 안 보긴 했지만은, 7080과 스케치북, 열린음악회의 짬뽕인 것 같은 이 방송은, 아나운서 MC의 딱딱한 진행때문에 보기에 부담스러웠고, 인디밴드들이 설자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거든요. 열린음악회처럼 웅장미도 없는데 아나운서 MC라니.. 참 올드해 보이는 방송이었어요.)

 

원래 세상살이가 어려워지면 옛날 생각도 많이 하고(그때가 좋았지...라든지), 복고가 유행하기 마련이라고 하던데요. 그런 걸 생각하면 사실,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것입니다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옛날 대중가요'에 심취해 있었던 저에겐, 아주 반가운 일들이었어요. 

요 근래 '인디밴드'들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든지, Mnet에서 새로 시작한 'M사운드플렉스'(진행: 정원영, 박경림)라는 공개방송 형식의 음악방송 등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죠. 그런데 가만 보면요, 인디 음악 중에 듣기 편한 음악이 많더라구요. 또, 익숙하게 들리는 음악들도 많았습니다. 2000년대의 음악이지만 7~80년대, 혹은 90년대의 감성이 녹아 있는 멜로디와 분위기의 음악이 많았어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의 음악들이지만, 정말로 우리식으로 해석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듣기 좋고, 반가운 음악들이었죠. 

이런 음악을 만드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한(엄밀히 말하면, 장기하와 얼굴들을 꼬드겨 음반을 제작한) '붕가붕가레코드'란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에 사서 봐야겠다, 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죠. 사실 요즘 저는 '짙은'이 속해 있는 '파스텔뮤직'에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일단 이 책은 열외였습니다. 외려 전반적인 인디음악에 대해 알고 싶었죠. 그래서 '대한인디만세'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를... 칼바람을 맞으며 갔는데, 그새 누가 빌려갔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책을 빌리려고 제목을 쭈~욱 보는데, '대중음악코너'의 책들이 워낙 산만하게 꽂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눈에 확 띄는 '드자인'의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란 책이 보였어요. 

"운명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일단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재밌습니다. 웃음의 코드는 각자 다르겠지만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들어보셨고, 흥미롭다고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저랑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어쨌든, 재밌어요. 술술 읽힙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가, 슬쩍 들춰 보려다가.... 그 자리에서 뒷부분까지 읽어 내려갔어요.. 거의 덫에 걸린 심정이었습니다. ㅋ

인디 음악 레이블...의 현실은 뭘까, 이런 궁금증때문에 빌려 본 것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사사(社史: 회사의 역사, 또는 그 기록)'이지만, 일반 기업들도 사사를 이렇게 쓰면, 꽤 읽을만 하겠다, 싶을 정도로 발랄한 구성의 책이었어요. (시간 때우기용으로 딱이라는 거죠~)
뿐만 아니라, 인디음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악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뭐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깐요.ㅋㅋ) 또, 이들의 음악생산방식(음반제작방식)이 대중음악의 '미래'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불법복제기로 7장씩 찍어내는 가내수공업형식...도 물론 미래적이긴 하지만(공장제수공업이 가내수공업보다 미래적이라고 보시겠지만, 1인미디어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분위기를 보면, 또, 집에서 음원을 녹음하는 가수들이 늘어가고 있는 분위기를 보면, 소규모 생산이야말로 미래적인 것 같습니다.) '붕가붕가레코드'가 '가수들' 혹은 직원들과 관계하는 방식이 '미래적'인 것 같았어요.
'빡센 취미'로 음악을 하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열린 방식'이긴 하지만, 이런 마인드로 일을 하고, 또 회사에 헌신하고, 직원들을 보듬는다면... 그 회사, 자식들까지 취직시키고 싶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을 빡센 취미로 여길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모두가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정말로 원하는 일을 '발견'하고 또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취미처럼 살고 있는 제가 할 말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만은... 그래도,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일'에 대해서, 또 '음악'에 대해서, '취향'에 대해서 전보다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2010년에 쓴 글을 2023년에 그대로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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