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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읽기(책)/소설 읽기

[단편소설읽기] 야행(편혜영)

by 칼랭2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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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단편소설 「야행」읽기(소설집 ≪밤이 지나간다≫수록)

■ 줄거리

재개발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퇴거 명령을 받고 거주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여 돌아다닐 수 없기도 하여, 주택의 처리 문제도 아들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집안의 재산을 모두 날려 먹으며 실패를 거듭하는 ‘아들’에 의해 거취 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그녀는 낮 동안에는 퇴거를 압박하는 관계자들의 명령까지 주워 들은 터였다. 그녀는 자신의 거취 를 정하여 ‘내일’ 방문하기로 약속한 아들을 기다리나, 불청객의 불법침입을 받고, 아들을 맞이 하려 현관 문 앞에서 하염없 이 기다린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다.

 

 

 분석

▦ 구조 분석

인물, 관계에 대한 ‘화자’의 해석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로, 서사성이 강조되기 보다는 ‘독거 노인’이라는 시의성을 바탕으로 한 상투성 짙은 노인의 고독을 묘사한다. 아들의 방문이 예고된 상태에서 그녀의 기다림은 ‘사정없이 문을 두드리는 자’에 의해 공포로 뒤바뀐다. 자신을 방문할 수도 있을 아들과 퇴거 집행자라는 두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결말부의 ‘마중’이 보여주는 ‘인상’을 확장시킨다.

 

 감상

그녀는 아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이제 곧 아파트가 헐리게 될 예정이기 때문에 아들을 무작정 애타게 기다린다는 설정에서 어떤 한계점을 느꼈다. 아들에 대한 이미지는 클리 쉐를 넘어서지 못했고, 그래서 뭔가 아들이란 존재가 뿌옇게만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요즘 ‘중얼거림'이란 단어를 자주 사 용하는데, 이 소설이 주는 이미지가 그런 '중얼거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인 ‘그녀’도 고독을 해소시키기 위한 어떤 '중얼 거림’을 지속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것과 별개로 소설 자체가 인물에 대해 중얼거리며 분명하게 색깔을 입히지 못한다 는 느낌이었다. 고통의 파편성. 그녀의 고통이 극 안에서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느낌. "헐릴 위기의 아파트를 그녀라는 인물 자체에 결부시키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과장 같지만… 고독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고통’의 존재였다면, 좀 더 그런 쪽으로 표현되었어야 했는데,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도 설명조였고, 정서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순전히 개인적으로는 노인이 현관에 나와 누구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을 이전시키기 위해 찾아온 아들을 거부한 채, 집과 함께 헐릴 작정을 하는 결말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

찾아온 사람이 아들이 아니라, 퇴거 집행자일 수 있다는 상상을 가져오는 의도된 ‘열린 결말’은 노인의 고독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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