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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이태준 - 까마귀

by 칼랭2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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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단편소설 「까마귀」읽기

까마귀

 

 

[줄거리]

괴벽한 문체로 많은 독자를 갖지 못하는 가난한 작가인 화자는 하숙비조차 낼 돈이 없어 친구의 별장에 얹혀 살며 글을 쓸 궁리를 한다. 별장 주위는 까마귀떼가 많고, 그 까마귀와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낀다. 화자는 끼니 때우기도 변변치 않아서 식욕도 습관적으로 드는 욕구일 뿐이라고 자기암시를 해버린다. 그러다 폐병에 걸린 여인을 알게 되고 죽음을 생각하는 안쓰러운 그녀를 사랑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허나 사랑을 고백하려는 찰나에 그녀에게 자신보다 열렬히(그녀가 토한 피까지 삼킬 수 있는!) 그녀를 사랑해 주는 남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남성의 애정을 알고는 있어도 죽음을 앞둔 저와 너무 다른 삶을 사는 그를 보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대화 중에 까마귀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고, 여인은 까마귀가 무섭다며, 까마귀 뱃속이 무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말한다. 작가는 여인의 공포심을 덜어주려 까마귀를 잡아서 배를 갈라 보여주고 싶어한다. 해서 까마귀를 사냥해 나무에 걸어 놓았는데, 여인은 통 방문하지 않는다.
글 한 편 팔아가지고 식료품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인의 금빛 영구차가 떠나는 것을 본다. 그날 저녁에도 까마귀는 까악까악 하며 운다.

 

 

[분석]

"여기 나와선 까마귀가 내 친굽니다."
"선생님은 친구라구꺼정! 전 이 동네가 모두 좋은데 저게 싫어요. 죽음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구 자꾸 깨쳐주는 것 같어요."
"거 괜한 관념인 줄 압니다. 흰 새가 있듯 검은 새도 있는 거죠. 소리 맑은 새가 있듯 소리 탁한 새도 있는 거죠. 취미에 따라 까마귀도 사랑할 수 있는 샌 줄 압니다."
건 죽음을 아직 남의 걸로만 아는 건강한 사람들의 두개골을 사랑하는 것 같은 악취미겠지요. 지금 저헌텐 무서운 짐생이에요. 무슨 음모를 가지구 복면허구 내 뒤를 쫓아다니는 무슨 음흉한 사내같이 소름이 끼쳐요. 아마 내가 죽으면 저 새가 덥석 날러와 앞을 설 것만 같이..."

 

"..."
"죽음이 아릅답게 생각될 때 죽는 것처럼 행복은 없을 것 같어요."

 


----
불치병에 걸린 여인을 '사랑해주겠다'고 선언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그 자신보다 훨씬 조건도 좋고 헌신적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남자조차도 여인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그녀는 곧 죽을 지도 모를 병에 걸렸지만 남자는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고 또 아무리 남자가 자신이 토한 피를 받아 먹을 정도로 헌신적일지라도 자신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을 알 리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탓이다. 그 마음을 헤아리고자 했던 작가는 까마귀를 죽여서 여인의 두려움을 줄여줘 보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여인의 병세가 더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전하지 못한 작가의 사랑과, 이승을 떠나는 그녀의 곁을 지키는 '완벽한 남성'을 보며 열패감에 젖는 감정의 대비는 비극미를 한층 높인다.

이 소설을 처음 읽고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떠올렸다. 여전히 연관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까마귀'는 <조광>이라는 잡지에 1936년 1월에 발표되었고, '소나기'는 1953년 11월에 <협동>이라는 잡지에 '소녀'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되었던 소설이다.

 

 

[단어들] 

■ 설멍하다: 
     1. 아랫도리가 가늘고 어울리지 아니하게 길다.
     2. 옷이 몸에 맞지 않고 짧다.
     Ex. 키가 설멍하다.

■ 이울다:
     1. 꽃이나 잎이 시들다.
     2. 점점 쇠약하여지다.
     3. 해나 달의 빛이 약해지거나 스러지다.

■ 괴벽하다: 성격 따위가 이상야릇하고 까다롭다

■ 기명절지(器皿折枝):

     여러 가지 그릇과 꼬가지, 과일 따위를 섞어서 그린 그림


■ 사군자: 
     동양화에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그린 그림. 또는 그 소재. 고결함을 상징하는 문인화의 대표적 소재이다.

■ 나붓하다: 조금 나부죽하다.
■ 나부죽하다: 작은 것이 좀 넓고 평평한 듯하다.
     ex그릇이 나부죽하다, 얼굴이 나부죽하다, 입이 나부죽하다.

■ 수각(水閣): 물가나 물 위에 지은 정자
■ 연당(蓮塘): 연못(연꽃을 심은 못)

■ 삭정이: 살아 있는 나무에 붙어 있는 말라 죽은 가지

■ 어름어름하다:
     1. 말이나 행동을 똑똑하게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자꾸 우물쭈물하다.
     2. 「...을」 일을 대충하고 눈을 속여 넘기다.

■ 곤작(困作): 글을 애써 가며 더디 지음. 또는 그렇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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