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텍스트 읽기(책)/소설 읽기

[단편소설읽기] 은둔 - 권정은

by 칼랭2 2023. 4. 1.
반응형

은둔 | 권정은

 

▣ 줄거리

3년 전 사소한 다툼 끝에 형이 죽었다. 그 뒤로 '나'는 은둔형외톨이가 되었다. 엄마는 형을 계속 불러 대고 누나는 집안을 계속 걷는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내 방 안에 형이 아직 썩어 간다고 '느낀다'.  

'나'는 계속 굶고 있다. 가족들이 자신을 잊었을까봐 두렵다. 그러다 누군가 방문 틈으로 코를 들이대고 웃는 게 느껴진다.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니 눈동자가 보인다. 

"누구야?"

내가 외치자, 누군가 마루를 가로질러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반대편 방문이 쾅 하고 닫힌다.

밖이 조용하다. 엄마가 조용해졌다. 다시 방문 앞을 지나가는 발짝 소리. 방문에 대고 말한다.

"누나지? 방금 엄마가 내 방 들여다 봤어?"

 

걸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숨을 죽인다. 문 앞 누군가는 대답 없이 다시 마루를 걸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누나'를 부르지만 밖에선 대답이 없다. 나는 누나가 대답하지 않는 일이 불안하다. 갑자기 졸음이 밀려 온다. 가족들과의 단란했던 시간을 꿈으로 꾼다. 자고 일어나서, 너무 배가 고파서 방에 붙어 있는 작은 화장실로 들어가 수돗물을 마신다.

 

발짝 소리.

 

 

방문에서 누나를 부른다. 열쇠 구멍을 보니 또 그 눈동자.

"누구야! 엄마예요? 엄마야?"

순간 누가 쾅 하고 방문을 부술 듯 두드린다. 문이 격렬히 흔들리다 다시 조용해진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살고 싶다는 생각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자물쇠를 벗기고 방문을 열어 보려 하는데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

문을 힘껏 억지로 밀어젖힌다.

 

마루는 칠흙같은 어둠.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 마루를 밟다가 끼이익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바닥에 시커먼 분비물. 흩어진 생활 도구들. 싱크대에 쌓인 그릇. 화장실에 난자 당한 채 쓰러져 있는 어머니. 

 

내 방 문고리에 목을 매 죽어 있는 누나. 집 안에 다른 여자가 있을리 없으니 '누나'임이 틀림없는, 마르고 머리가 긴 사람.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던 눈동자는 누나의 눈동자였다.

 

은둔_권정은_공포소설

 

나는 집 안을 걸으며, 죽어 있는 엄마와 아버지의 처참한 모습을 본다. 그러다 누나가 좋아했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죽어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목격한다. 현관 앞에서 죽어 있는 '누나의 옷을 입은 사람'은 누나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내 방 문고리에 목을 매단 사람은 누구일까?

 

문고리에 매달려 있던 시체가 말라붙은 핏덩이를 뜯어내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는 누나가 아니다. 그것은 '나'

내가 가족을 모두 죽이고 목을 맨 것이다.

 

 

*권정은 1976년생

 

▣ 감상

문체가 좋고, 이야기가 깔끔하다.

다만, 내가 나를 덮치려 한다는 마지막 부분의 설정은 좀 억지가 아닐까 싶다.

 

개체가 분리될 수가 있나?

누가 영혼이고 누가 육신인지.

육신이 영혼을 덮치려한 거라는 건가?

좀비같이 묘사되는데 그렇다면 더욱 말이 안 된다.

좀비는 육신만 있는 존재.

좀비 이야기에 영혼이 등장하던가? 

죽은 육신만 등장하지 않나?

 

마지막은 아쉽지만, 지금에 와선 약간 낡게 느껴지는 '놀람' 포인트일 수 있겠지만 훌륭한 문체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