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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나무

[꽃나무] 진달래, 철쭉, 영산홍은 어떻게 다를까?

by 칼랭2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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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광교산 산책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진달래'. 거의 수십 년만에 본 것이라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올려 봅니다.

 

진달래꽃

1922년 7월에 김소월 시인이 「개벽」 제25호를 통해 처음 발표한 시 '진달래꽃'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겠죠. 시에 곡조를 붙인 곡이 응원가로 널리 불려서 '가요'라고만 아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소월 - 진달래꽃(1922)

옛 시에는 '진달래꽃'이 자주 등장합니다.

옛날에는 진달래가 아주 흔한 꽃이었기 때문이죠.

 

신동엽의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는 시에도 '진달래'가 등장합니다.

 

(전략)

 

사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중략)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후략)

-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 달'(1966.04) 중에서

 

4.19 혁명이 연상되는 시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이 시에서, 진달래가 피어나는 과정을 혁명이 움트는 모습으로 묘사한 바 있어요. 왜 시인들은 강인하고 희생적인 이미지의 '꽃'으로 진달래를 선택했을까요? 어쩌면 정말, 그땐 진달래가 산천에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겠고요. 진달래가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꽃나무여서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진달래는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꽃나무라고 합니다. 소나무가 빽빽한 숲에선, 소나무가 뿜어내는 독성(?)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하는데 진달래만큼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났다고 해요. 그래서 옛날엔 많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진달래화전을 해 먹기도 하면서 진달래를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고 불렀다고 하죠. 진달래 꽃이 필 때쯤 두견이(접동새)가 지저귄다고 해서 두견화라고도 불립니다.(두견이는 5월쯤 한국을 찾는 여름철새입니다.)

진달래 화전

산들이 소나무 대신, 참나무로 채워지면서 다른 식물들이 진달래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진달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를 열거한 글들이 아주 많죠. 그런데 실제로 진달래를 만나게 되면요, 사실 아주 간단하게 알아볼 수가 있어요. 왜냐면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다보니까, 벌레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거든요. 조금씩 구멍이 나거나 찢어져 있어요. 성한 진달래를 찾기가 정말 어려울 정도였어요.

 

그래도 아주 성한 진달래와 철쭉이 나란히 피어 있을 수도 있으니, 진달래는 어떤 꽃인지 한 번 살펴볼게요.

 

광교산 진달래 군락

진달래들이 모여 피어 있는 모습이예요. 푸른 잎은 거의 보이지 않고 분홍빛의 꽃들로만 가득합니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올라오는 꽃이예요. 그래서 언제나 길고 얇은 나뭇가지 위에 홀로 쓸쓸한 모양으로 꽃잎을 드리우고 있답니다.

진달래

이렇게요.

 

2~3개씩 모여 피기도 한다던데, 너무 늦게 만난 것인지 기껏해야 두개 씩 정도 피어 있고 대체로 좀 외로이 피어 있었습니다.

 

진달래는 봄이 시작되는 3월과 4월에 찾아와요.

광교산 진달래

꽃잎은 얇은 편이고, 옅은 자홍빛을 띄어요. 꽃잎은 다섯 개고, 수술은 10개가 달립니다. 수술대 밑에 털이 나며 암술이 수술보다 길어요. 앞으로 쭈욱 나온 붉은빛 수술이 암술이에요.

 

진달래 잎

앞면은 녹색 뒷면은 황록색이라는데, 사진을 봐도 뒷면이 약간 노란빛을 띄네요.

진달래 잎

조금 확대를 해봤어요. 잎맥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잎 뒷면에 비늘조각이 있다는데, 자세하게 관찰하진 못했어요.

 

변이종으로 흰진달래, 잎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 잎이 넓은 왕진달래, 잎이 반들반들한 반들진달래, 열매가 길쭉한 한라산 진달래 등이 있어요. 제가 찍은 진달래는 아마도 '산진달래'라고 불리는 것 같기는 한데, 구분이 의미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진달래와 철쭉의 가장 큰 차이는 '잎'이에요.

철쭉은 잎과 꽃이 같이 피기 때문에, 항상 초록색과 같이 있어요.

 

산철쭉

이렇게요. 

 

아마 철쭉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일 거예요.

산철쭉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철쭉은 '산철쭉'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철쭉'은 분홍빛의 꽃잎이 나고, 잎이 달걀꼴(거꿀계란꼴=도란형)인데 반해, '산철쭉'은 잎이 타원꼴로 바로 위 사진과 같은 잎의 모양을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철쭉'은 잎이 좀 뚱뚱한 편이고, '산철쭉'은 잎이 좀 갸름한 편이죠. 무엇보다 꽃잎 색이 많이 달라서 '철쭉' 색이 훨씬 여리여리한 분홍빛이 나거나, 흰빛이 납니다. 철쭉은 진달래 다음에 핀다고 하여 '연달래'라고 불렸다는데, 연한 분홍빛때문에 그렇게 불린 것 같아요.

 

철쭉과 산철쭉은 두 꽃 모두, 꽃잎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요. 진달래도 반점이 옅게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쭉만큼 진하진 않다고 해요. 철쭉이나 산철쭉이나 모두 꽃받침을 만지면 끈적거려요. 철쭉/산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는 꽃이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개꽃'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철쭉

아마도 이 사진의 잎이 철쭉 잎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잎을 보시면 분홍색 철쭉 사진의 잎보다 훨씬 옆으로 넓어요.

하지만 꽃잎 색이 너~무 하얀 걸로 봐서, 개량종 철쭉 사진일 가능성이 더 높아요.

 

철쭉(출처: 픽사베이)

여러 '지식백과' 등에 나온 '철쭉' 사진은 이런 모습입니다. (다행히 픽사베이에 있었네요.)

꽃잎이 살짝 둥근 모양이예요. 색도 모양도 참 예뻐요. 한 번 실제로 보고 싶네요. ㅠㅠ

철쭉

 

대부분의 철쭉은 진달래의 교배종으로, 정말 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있어요. 

 

영산홍도 철쭉의 개량종으로 일본 사람들이 개량해 만든 꽃이라고 하는데(산철쭉인가가 제주도가 원산이란 말이..)

일본 개량종을 모두 영산홍으로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철쭉

하지만 이런 꽃은 정말로 영산홍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죠.

 

이게 일본 개량종 철쭉이예요.

왜성철쭉이라고 검색하면 일본 개량종 철쭉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왜성철쭉

'진짜 일본 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빛깔입니다.

 

azalea(아잘레아=교배종)로 검색해도 다양한 철쭉들을 구경할 수 있답니다. 물론 제가 지금까지 올린 사진들은 별도 출처 표기가 된 것을 제외하곤 모두 제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서양철쭉

제주도에서 찍은 서양철쭉 사진입니다. 멀리서 보면 카네이션 같아요.

 

장미나 튜울립 같기도 하고요.

빛깔이 정말 예술입니다.

겹산철쭉

이 꽃은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꽃 같아요. 겹산철쭉 또는 겹철쭉이라고 불리는 것이예요.

사진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니, 덕수궁이라고 나오는데... 도대체 어디서 찍은 건지 제 머릿속엔 기억이란 것이 없습니다. 사진 한 장이 저의 기억을 대신해주네요.

겹철쭉(지도는 구글지도입니다)

포스팅을 위해, 여지껏 찍어놨던 온갖 철쭉 사진들을 정리하다 안 건데(물론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철쭉 잎에는 털이 있다는 겁니다. 위 사진을 봐도 털이 나 있는데 보이시나요? 사실 눈으로 그냥 볼 때는, 꽃만 보기 때문에 잎에 털 같은 게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산철쭉

그리고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철쭉'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구루메 아젤리아(출처: 픽사베이)

사진 사이트에서 건진 철쭉 사진이예요. 이것 말고도 정말 많은 철쭉들이 있었는데, 욕심을 부리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 사진 한 장 올려 봅니다.

 

저희 어머니는 해마다 철쭉 앞에서 사진을 찍으세요. 꽃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나와요. "뭐 맨날 철쭉 앞에서 사진을 찍냐?" "맨날 똑같은 꽃 앞에서 사진을 찍냐?" 타박하지만, 세상의 온갖 희한하고 아름다운 꽃들보다 소중한 꽃은 곁을 지켜주는 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철쭉입니까? 진달래입니까?

 

아직 철쭉이 만발합니다.

날이 좋으면, 철쭉 앞에서 '오늘'의 기억을 남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즐거운 5월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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