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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꽃

[들꽃] 쇠채아재비(Goat's beard) - 염소수염꽃?

by 칼랭2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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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자주 가는 도서관 화단에서 '쇠채아재비'를 발견했습니다.

키 큰 민들레 같기도 한데 총포조각이 혀꽃보다 길어 마치 '더듬이'가 달린 느낌마저 들었어요. 처음 보는 꽃은 아니었지만 이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알았네요.

 

이 꽃의 이름은 '쇠채아재비(Tragopogon dubius Scop.)'입니다.

 

'쇠채(Scorzonera albicaulis Bunge)'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쇠채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는데요. 덩치 큰 선씀바귀 같은 모양이네요.

쇠채

쇠채의 잎맥은 '나란히맥'입니다. 한 방향으로 나란히 놓인 맥을 말하죠.

쇠채

쇠채아재비의 잎은 쇠채보다 훨씬 얇고 뾰족합니다.

쇠채아재비

 

이런 모양을 '선상피침형(線状皮針形)'이라고 하는데요. '선상'은 '선꼴', '선모양'이라고도 합니다. 잎몸(잎 전체 형태)의 모양을 분류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선상피침형'을 네이버사전에 검색하면 '일본어사전'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본'의 학계에서 주로 쓰이던 말을 여전히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한자어'로 된 단어는 '모호함'을 남겨주죠. '선'이라고 하면 '줄(線)'을 뜻하는 것도 같은데, '선박(船舶)'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잖아요. '선상'을 '선모양'이라고 순화할 수도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줄모양'이 더 명확한 표현 같습니다.

 

잎몸이 가늘고 길고 잎몸 윗부분 모양이 뾰족한 것을 '피침형'이라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잎은 어긋나기로 달립니다. 잎의 길이는 20~30cm로, 잎자루가 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잎자루가 줄기를 감싼 모양을 '잎집'이라고 합니다.(사전에 '잎기부'를 설명한 부분이 없는데, '잎기부=잎몸의 밑부분'으로 보입니다. '잎집'은 '잎몸의 밑부분 모양 중 하나입니다.)

쇠채아재비

꽃은 5~6월 사이에 머리모양꽃차례로 피고, 가지 끝에 하나가 달립니다. 혀꽃은 노란색(담황색)입니다.

 

쇠채아재비 총포조각

 

총포는 종모양이고, 총포조각은 1열로 배열되며 혀꽃보다 길이가 깁니다. 혀꽃(=혀모양꽃)의 길이는 2.5~3cm 정도입니다.

 

열매는 수과로 가늘고 길며 양끝이 뾰족한 원기둥 모양입니다. 관모는 흰색이며 깃꼴(우상)로 갈라집니다.

 

쇠채와 쇠채아재비는 총포 조각이 비슷한 모양이지만, 쇠채는 총포조각이 각기 다른 길이로 여러 열로 배열되고, 쇠채아재비는 1열로 배열됩니다. 쇠채아재비의 총포 조각이 혀꽃보다 길게 나온다는 점과 머리모양꽃차례 밑부분 자루가 넓다는 점도 두 꽃을 구분할 때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두해살이풀입니다.

학명의 tragopogon은 '빌리 염소의 수염'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Goat's beard입니다. 긴 총포 조각이 염소 수염 모양처럼 삐죽 나온 모양이라고 보고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빌리 염소(출처: pixabay)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인데, '닮은꼴 식물' 이름에 많이 붙습니다. 그러니까 '쇠채아재비'는 '쇠채 닮은 풀'이라는 의미를 붙은 이름이겠죠? 쇠채는 원래부터 흔하게 볼 수 있던 풀(민속특산식물)인데 비해, 쇠채아재비는 뒤늦게 들어온 풀이라서 '닮은꼴' 표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혀꽃보다 길게 나온 총포 조각은 '우아함'과 '화려함'을 더합니다. 2인자에게나 붙는 '아재비'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꽃의 모양새로는 쇠채아재비가 쇠채보다 '주인공'이고 1인자 같은 인상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풀로 보이진 않는데요,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인사라도 한 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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