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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꽃

[들꽃] 나팔꽃을 닮은, 덩굴성 식물 '메꽃'

by 칼랭2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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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수원천엔 여름을 알리는 분홍빛 꽃이 핍니다.

푸른 잡풀들 사이에 작은 얼굴을 드리우면, '더워지는구나' 싶은데요.

 

오늘은 여름을 알리는 꽃, '메꽃(Calystegia sepium var. japonicum (Choisy) Makino)'에 관한 얘기를 해볼게요.

메꽃(2023.05.12. 수원천)

올해는 날이 더워 그랬는지 좀 일찍 핀 것 같아요. 5월 초중반부터 꽃이 보이더라고요.

메꽃

메꽃은 주변에서 흔히, 자주 볼 수 있는 꽃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꽃입니다. 꽃은 6월에서 8월 사이에 피고, 연한 분홍색을 띠며 나팔 모양입니다. 꽃잎 안쪽으로는 다섯 갈래의 흰색 줄이 선명하게 나 있습니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자루에 한 송이씩 달리고 꽃받침잎은 다섯 갈래로 갈라집니다.

꽃의 모양때문에 나팔꽃과 비슷해 자주 혼동하지만, 나팔꽃은 인도 출신의 외래종으로 '원예용'으로 가꾸는 꽃인데 반해 메꽃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저절로' 자라는 야생화입니다. 개천변이나 들판, 공원 등지에서 자주 목격되죠.

 

덩굴풀 메꽃 - 오리새 줄기를 타고 올라갑니다, 태양을 향해서요.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길이 2m 정도의 덩굴이 기둥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열심히 기어 올라가며 자랍니다. 메꽃의 뿌리는 흰색으로 굵고 길게 사방으로 자라고 여기서 줄기가 갈라져 나와 덩굴성 줄기를 이룹니다. 양성화로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를 갖고 있는데 같은 그루의 꽃끼리는 수정하지 않고 다른 그루의 꽃과 수정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열매는 둥근 모양의 삭과9월에서 10월 사이에 맺지만, 꽃이 피었다고 해서 반드시 열매를 맺지 않다 보니 번식을 씨앗으로 하기 보다는, 땅속줄기로 합니다. 사방으로 퍼지는 뿌리에서 잎이 나오고, 땅속줄기(지하경)가 발달해 여기저기로 뻗어나갑니다.

메꽃(in 양평)

메꽃의 하얀 뿌리를 메라고 하는데, 보릿고개 시절에는 메를 삶아 먹기도 했다죠. 16세기 이전에는 '밥'을 '메' 또는 '뫼'라고 불렀다고 하니, 궁핍한 시절마다 끼니를 해결해주며 긴 세월 민중과 함께 해 온 꽃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꽃은 뿌리를 포함해 전체를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뿌리를 말린 뒤 달여 먹으면 오줌을 잘 나오게 하거나 열을 내리게 해 단독, 소아열독 치료에 쓰였다고 합니다.

 

 

 

잎과 꽃은 발기부전에 좋다고 하고, 뿌리는 뼈에 좋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한다고 하네요. 약용을 할 때는 말려서 달여 먹거나 즙을 내 먹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꽃을 튀겨 먹는 등의 요리법으로 식용하면 됩니다.

 

메꽃

메꽃 중에 '갯메꽃'이라고 해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메꽃이 있는데 이 꽃에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 됩니다. 갯메꽃은 잎이 동그란 모양이니 구분하긴 쉬울 거예요.

'잎'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메꽃에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어 소개할게요.


♣ 어느 전쟁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안전하게 진군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연락병'이 있는데, 길을 알려주기 전에 활에 맞아 죽고 맙니다. 적군은 연락병이 표시해 둔 것을 반대 방향을 향하게 해 놓고 떠나죠. 군사를 이끌던 장군이, 적군이 표시한 방향대로 가려고 하려는데 바닥에서 붉은 핏자국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죠. 장군은 나뭇잎의 방향이 연락병이 알려주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진군합니다. 덕분에 군사들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연때문인지 메꽃의 꽃말은 '충성'입니다. ('수줍음'이라는 다른 꽃말도 있어요.)

 

제가 읽은 책에는 '꽃이 향하는 방향'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꽃의 잎을 보면 '꽃'이 아니라 '잎'의 방향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간 각색해서 썼어요.

 

아래 사진과 같이 메꽃의 잎은 긴 타원형에 끝이 뾰족한 모양새고, 잎의 밑부분은 귓불 모양으로 뾰족합니다. 저는 이 잎의 모양이 '칼' 모양 같고, '화살표' 모양 같아서 '전쟁 중에 이런 전설이 있었지'의 이야기가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메꽃의 잎

이 잎은 좀 많이 넓긴 한데, 위 사진들에서 '잎'만 따로 잘 보시면 뾰족한게 더 '창칼'같은 느낌을 주는 잎들이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5종의 메꽃이 분포한다고 하는데요. 다른 이름으로 '메', '좊은잎메꽃', '가는잎메꽃', '가는메꽃'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메꽃의 전초를 '구구앙', 꽃을 '선화'라고 부릅니다.

 

당뇨병에 좋다고 해서, "이걸 캐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노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몰라 냉큼 생각을 접었습니다. (수원천에 똥 싸는 개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ㅠㅠ) 

 

흔하게 피는 만큼, 쓸모도 많아 언제나 곁에 있었던 여름꽃 '메꽃'

지금은 그저 개천에 아무렇게나 핀 여러 꽃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요.

 

굶주린 사람을 구해내고,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향할 곳을 알려 주었던 메꽃에 담긴 '역사'와 '기억'을 

끄적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결국, '우리'가 희망이다.

흔하게 존재하는 만큼, 쓸모도 많은 모든 민중이 희망이다?!

 

 

메꽃도 나팔꽃처럼 어두워지면 꽃잎을 오므린다고 하는데요.

밝을 땐, 햇빛을 쫓아 있는 힘껏 줄기를 뻗어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올라가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어두울 땐, 힘들 땐 잠시 쉬었다가

날이 밝아오면 다시 있는 힘껏 나아가는 메꽃의 삶.

아무래도 제가 배워야 할 삶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메꽃과 닮은 또 다른 꽃 '나팔꽃'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아래 글을 봐주세요.

♣ 뜨거운 태양을 향해 줄기를 뻗는, 정열의 나팔꽃

 

[원예종] 뜨거운 태양을 향해 줄기를 뻗는, 정열의 나팔꽃

오늘 소개해드릴 꽃은 '나팔꽃'입니다. 흔한 꽃이라는 인상이 있지만, 살면서 나팔꽃을 실제로 본 일이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어릴 때는 많이 봤을 것도 같은데요, 기억은 잘 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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