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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꽃

[들꽃] 밤이면 다소곳이 잠을 자는 '괭이밥' 꽃

by 칼랭2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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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생각보다 흔하게 보이는 꽃 같지는 않아요.

일부러 찾아다니려고 보니, 잘 없더라고요.

너무 더워져서 그런가 했습니다.

 

담벼락이며, 땅바닥이며 전부,

 

 

애기똥풀

 

'애기똥풀'의 세상이더라고요.

 

왜 그런가,

왜 괭이밥과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일까?

궁금했는데요.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앗, 제목에 스포일러!)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그 '비밀'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도록 할게요.

 

 

 

괭이밥은 여러해살이 풀로, 줄기가 누워 나고, 마디마다 '부정근'이 생기며 약한 가지를 지탱해주고, 줄기는 사방으로 퍼져갑니다. 부정근이란 것은 정식 뿌리가 아닌 곳에서 '뿌리'가 나는 것을 말합니다. 괭이밥은 원체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리는데다, 이런 식으로 옆으로 뻗어나며 자라는 통에, 밭에 괭이밥이 있으면, 완전히 제거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겨울을 나는 식물이라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을, 봄이 되면 쫙 펼치고 쭈욱쭈욱 줄기를 뻗어가며 새로운 종자를 뿌려대니 어지간해선 당해낼 수 없는  '잡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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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 잎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괭이밥

 

괭이밥의 이름은 '고양이가 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육식만 하는 고양이가 뜯어 먹은 풀이라고 해서 '괭이밥'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아마도 고양이가 배탈이 났을 때 먹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Creeping sorrel

 

 

왜냐면, 괭이밥에는 사과산과 같은 소화에 도움이 되는 유기산이 있어, 소화효소의 분비를 돕기 때문이죠. 하지만 괭이밥의 학명은 "Oxalis corniculata L" 옥살리스 코니쿨라타. '옥살산'을 함유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시금치에 많이 있는 '옥살산'은 많이 먹으면 위험할 수 있는 성분이라고 합니다. '조상님들이 시금치를 데쳐 먹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튼 이 옥살산은 금속의 얼룩을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니, 언제 시간날 때 괭이밥 잎을 좀 뜯어와야겠습니다.

 

괭이밥의 잎은 하트모양입니다. 줄기 끝에서 세 장의 잎이 한꺼번에 나는 3출복엽 식물입니다. 하트모양을 식물학에서는 '거꿀심장(도심장형)'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귀여운 잎은 밤이 되면 잠을 자는데, 잘 때는 잎이 접힙니다.

 

 

밤 잠 자는 괭이밥

 

보이시나요?

도서관에 갔다 오다가 발견해서 기쁜 마음으로 촬영했으나, '어둠'에 약한 아이폰의 능력부족으로 화질은 그닥 좋지 않은, '잠자는 괭이밥 사진'입니다.

 

 

어두워지면 잎을 접는 괭이밥

 

자세히 보면, 이렇게 자고 있어요.

꼿꼿이 선 모습을 보면 '선괭이밥' 같기도 한데, 옆으로 난 줄기에 가지가 솟은 것 같아서 사진에는 '괭이밥'이라고 적어뒀습니다. 선괭이밥은 줄기가 위로 꼿꼿이 자라고, 괭이밥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줄기가 누워 자라며 부정근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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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의 모양이 하트 모양이라, 토끼풀과 혼동할 수 있지만

토끼풀의 경우는 가운데가 갈라져 있진 않습니다. 

아주 동그랗기도 하고, 살짝 하트모양이긴 해도 좀 뚱뚱한 하트모양입니다.

 

토끼풀

 

 

괭이밥의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솟은 꽃자루 끝에 노란색의 꽃잎 다섯 장이 열립니다. 꽃잎도 잎처럼 잠을 잡니다. 수술이 10개고 암술이 5개라고도 하고, 수술과 암술 모두 5개라고도 하니, 책을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도시나 농촌같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데 핀 괭이밥은 수술과 암술 길이가 비슷해 주로 자가수분을 하고, 산 속 깊은 곳에 애들은 암술대가 두드러져 주로 타가수분을 한다고 하는데요.

 

 

선괭이밥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암술, 수술의 길이가 다르다 보니 누구는 10개라 하고 누구는 5개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터만 좋다면, 일 년 내내 노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酢 浆 草

 

 

열매는 5각 기둥 모양의 삭과로, 원추형 모양이며 털이 있습니다.

열매가 다 익으면 삭과가 열리면서 씨앗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고 합니다.

삭과가 터질때 옆에 있으면 눈에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열매 모양은 위 사진들에 잘 나와 있으니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괭이밥과 선괭이밥

 

어두울 때 잎을 오므리거나, 꽃을 모으는 식물들은 실은 좀 약해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해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잎을 오므릴 수 있고, 바람이 많이 불어도, 날이 흐려도 잎을 오므린다고 합니다. 어쩐지 이른 봄엔 보였던 괭이밥이 언제부터인가 잘 보이질 않더라고요. 미친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놀란 괭이밥이 꽃이며 잎이며 조그맣게 모으고 이 소란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낮은 데 쪼그리고 앉아 구태여 찾아보려 하니, 마침내 꽃을 오므리고 있는, 잎을 살짝 접고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 흔하게 있었는데, 제가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괭이밥이 잎을 접는다는 것을, 꽃을 오므린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탓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책, 저 책을 둘러 보고, 이 글, 저 글을 살펴보고 하면서 괭이밥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좀 더 살아가기 위해 온몸을 웅크리고 있는 많은 소시민들이 있습니다. 괭이밥의 삶은 이 땅의 많은 소시민의 삶과 퍽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옆으로, 옆으로 뿌리를 내리고 나아가며 미래를 쏟아내는 그 힘을 닮아가며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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