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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꽃

[원예종] 뜨거운 태양을 향해 줄기를 뻗는, 정열의 나팔꽃

by 칼랭2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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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꽃은 '나팔꽃'입니다.

 

나팔꽃

흔한 꽃이라는 인상이 있지만, 살면서 나팔꽃을 실제로 본 일이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어릴 때는 많이 봤을 것도 같은데요, 기억은 잘 나지 않네요. 그런데도 흔한 꽃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아마 익숙하게 들었던 '동요'의 가사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꽃밭에서」(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동요 가사 일부

 

 

꽃밭에서(동요)

나팔꽃의 이름이 순우리말인데다 익숙한 꽃이라서 자생식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인도가 원산지인 외래종 식물입니다. 오래전부터 원예종으로 육성되었고, 우리나라에도 관상용으로 들어왔습니다만 들판에서 막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야생화'라고 지칭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해외에서도 '잡초' 취급을 받는다고 하죠.

 

나팔꽃을 서양에서는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morning glory를 '서양나팔꽃'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외국 사이트에서 나팔꽃 사진을 찾고 싶다면 mornign glory로 검색하면 됩니다. 

 

morning glory

모닝 글로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아침 일찍 피었다가 낮엔 오므라드는 습성때문입니다.(갑자기 '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이런 가사가 있죠.) 꽃은 나팔 모양으로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에서 3송이까지 달리는데,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이 있습니다.

색상별 나팔꽃 사진 모음

나팔꽃은 덩굴식물로 다른 식물의 가지 등을 타고 올라가며 자랍니다.

왼쪽으로 감아 올라는 줄기

줄기는 반드시 왼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는 습성이 있는데요. 메꽃도 동일한 방식으로 타고 올라갑니다.

 

(참고로 나팔꽃은 메꽃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나팔꽃과 메꽃의 줄기

꽃받침은 5개로 갈라져 있고 끝이 약간 말려 있습니다.

(위 사진은 꽃받침이 넓은 편이고, 아래 사진은 꽃받침이 좁네요.)

나팔꽃의 꽃받침은 다섯 개로 갈라져 끝이 말려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찍은 아래 사진의 꽃받침도 좁은 편입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잎자루는 길고, 잎의 모양은 전체적으로 하트 모양입니다. 세 갈래로 깊게 갈라져 손바닥처럼 보이는 것을 그냥 '나팔꽃'이라 하고, 갈라짐 없이 하트 모양 또는 심장 모양으로 잎이 생겼을 경우에는 '둥근잎나팔꽃(영문명: Common Morning Glory, 학명: Ipomoea purpurea)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제가 찾아 본 사이트에서는 갈라진 것보다는 하트 모양 잎이 더 많았어요. 위 사진들 중에, '줄기 모양' 비교한 사진을 보면 왼쪽의 나팔꽃 사진이 '갈라짐 없는 하트 모양'입니다.

 

나팔꽃 열매(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열매는 둥근 삭과로 8월에 열립니다. 삭과 속은 3방으로 나뉘어 있고 각 방에 보통 2개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백축

이 씨앗을 말려 한방에서 약으로 사용했는데,  한방에서는 이것을 '견우자(牽牛子)'라고 부릅니다. 푸르거나 붉은 계열 나팔꽃에서는 검은 씨앗이 나오고, 흰 나팔꽃에서는 흰 씨앗이 나오는데 전자를 흑축(黑丑)이라 하고, 후자를 백축(白丑)이라 부릅니다. 이것을 말려서 달여 먹습니다. 부종, 각기, 소화불량, 살충, 변비, 설사, 위하수증 같은 병에 효능이 있습니다.

흑축

약재의 효험때문에 값이 비싸 '소를 끌고 가야 겨우 살 수 있다'고 해서 '견우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꽃이 피는 시기가 칠석(음력 7월 7일) 즈음이라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나팔꽃 씨앗은 d-리세르그산 아마이드(LSA)를 함유하고 있어, 섭취 시 엘에스디(LSD) 약물과 유사한 환각 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즈텍 문명 제사장들이 나팔꽃을 환각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 꽃이 맞을까요? 나팔 모양 꽃은 워낙 많으니, 잘못 전해진 전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천사의 나팔꽃'이 떠오르는데 말이죠.)

 

나팔꽃 종자의 경우, 환각 역할은 미약하고 독성만 심하기 때문에 먹어 봤자 설사만 한다고 하거든요. 환각을 느끼려고 나팔꽃 씨앗을 먹어 보려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겠죠.

 

나팔꽃의 꽃말은 연인 사이의 결속, 허무한 사랑, 아침의 영광, 기쁜 소식 등입니다.

"'허무한 사랑'이란 꽃말 때문에, 임주리님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가 탄생했던 걸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요.

다른 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줄기의 모양 때문에 '결속'이라는 꽃말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의 제목은 '정열의 나팔꽃'으로 바꿔봤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그리고 가장 밝을 때 활짝 피는 나팔꽃의 습성이 '정열'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이번 여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정열적으로'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라 봅니다.

 


열대 아시아 원산이라 나팔꽃은 한창 더울 때 왕성하게 피어납니다.

장마가 살짝 지나가면 볼 수 있으려나요?

메꽃인지 나팔꽃인지 헷갈리지 말고,

혹시라도 보게 되면 제대로 된 사진 한 방 찍어 놔야겠습니다.

 

혹시, '메꽃'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아래 글을 봐주세요.

♣ 나팔꽃을 닮은, 덩굴성 식물 '메꽃'

 

[들꽃] 나팔꽃을 닮은, 덩굴성 식물 '메꽃'

6월이 오면 수원천엔 여름을 알리는 분홍빛 꽃이 핍니다. 푸른 잡풀들 사이에 작은 얼굴을 드리우면, '더워지는구나' 싶은데요. 오늘은 여름을 알리는 꽃, '메꽃(Calystegia sepium var. japonicum (Choisy) Ma

sarapo.tistory.com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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