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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꽃

다소곳이 고개 숙인, 겸양의 제비꽃(4~5월 개화)

by 칼랭2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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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많이 피어나는 '봄'

푸른 잎으로 노지를 메우는 '잡초'들의 무성한 생명력 속에

거대한 날개를 편 새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제비꽃인데요.

 

 

 

 

제비꽃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 어디에나 흔하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등산로의 벤치 밑에도 개천 옆 산책로에도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웅성웅성 모여 그 밝은 보랏빛 얼굴을 내밀고 서 있는 꽃이 제비꽃이죠. 이 꽃은 햇빛이 잘 드는 곳(양지)도 좋아하지만 반음지에서도 물 빠짐이 좋다면 잘 자랍니다.

 

 

 

 

제비꽃은 흔하기도 하지만, 그 종도 다양해서 60가지가 넘는 종이 있다고 하는데요. 다 같은 제비꽃 같아 보여도, 각자 나름의 이름이 있고 특색이 있습니다. 제비꽃의 이름은 잎의 모양(알록제비꽃, 털제비꽃)이나 꽃의 색(노랑제비꽃), 서식지(광릉제비꽃), 발견된 지역 등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게 붙습니다. 

 

 

 


 

▣ 제비꽃(Viola mandshurica W. Becker / Manchurian violet)

군더더기 없이 '제비꽃'이라고만 부르는 이 꽃은 전체적으로 보라색을 띄는 꽃잎입니다.

 

 

 

 

땅속 뿌리는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갈색을 띱니다. 줄기는 없이, 잎이 뿌리에서 모여나고 잎자루가 긴 편입니다. 잎몸은 피침형이거나 삼각상 피침형으로 털은 거의 없고 잎의 가장자리를 자세히 보면 톱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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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없이 바로 꽃대가 올라오는 꽃이다 보니, 키는 아주 작아서 10cm 안팍 밖에 안 됩니다. (20cm까지도 자란다고 합니다.) 이 꽃을 잘 보려면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춰야 하죠.

 

 

제비꽃

 

 

4~5월에 자주색 꽃이 피는데 여러 줄기의 꽃줄기가 나와 끝에 1개의 작은 꽃이 달립니다. 흰 바탕에 자주색 줄이 들어간 꽃도 있습니다. 

 

꽃잎은 5장이고 꽃잎 안쪽에 털이 있습니다.

 

 

꽃 안 쪽에 수염 같은 털이 보이시죠?

 

 

열매는 6~7월 경에 익는데요. 타원형의 삭과 안에 알알이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 제비꽃의 다른 이름들

제비꽃이 필 무렵에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꽃의 영문명이 Mandchurian violet이예요. 학명에도 mandshurica라는 이름이 붙요. Mandchurian을 영어 사전에서 찾아 보면 '만주의'라는 뜻으로 나옵니다. 즉, 만주 바이올렛이란 말이죠. 아마도 제비꽃이 만주 지역에 많이 피었던 게 아닐까 싶고, '오랑캐땅에 많이 나는 꽃이어서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물 찬 제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몸매가 매끈하여 보기 좋은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자태가 아름다워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비

 

 

그밖에도 장수꽃, 씨름꽃, 민오랑캐꽃, 병아리꽃, 외나물, 옥녀제비꽃, 앉은뱅이꽃, 가락지꽃, 참제비꽃, 참털제비꽃, 큰제비꽃 등 부르는 이름이 아주 많습니다.

 

 

 


 

▣ 키우는 법

제비꽃을 심는 방법으로는 7월에 종자를 받아 보관해 두었다가 9월에 씨를 뿌리는 방법이 있고, 새순이 올라왔을 때 포기나누기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 빠짐이 좋은 곳이면 화단이든 화분이든 상관 없이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물은 2~3일 간격으로 주면 되는데요.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제비꽃에 누가 물을 주지 않듯이, 그저 말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신경 써 주면 되겠습니다. 

 

 

 

 


 

 

▣ 쓰임새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한방에서는 근근초(菫菫草),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 하여 황달, 소염, 이뇨, 종기, 가래, 부인병에 사용해 왔습니다. 뿌리와 꽃은 피를 맑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비슷하게 생긴 꽃 : 종지나물(Viola sororia Wild.)

제비꽃속에 속하는 '종지나물'인데요. 딱 보면 그냥 '제비꽃이네'라는 말이 나오죠. 이 꽃은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불리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흰색 바탕에 진한 보라색과 황록색의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고요. 잎몸이 넓은 심장모양으로 크다는 것과 광택이 있다는 점이 다른 제비꽃과 다른 점입니다.

 

 

종지나물

 

 

꽃도 다른 제비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입니다.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은데 포스팅을 하려고 보니, 사진이 별로 없네요.

'또 제비꽃이네' 하면서 그냥 지나쳐 버리곤 했던 모양입니다.

문득,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글 보신 분들도 지나가다 혹여 보라색의 앙증맞은 이 꽃을 보게 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제비꽃처럼 고개 한 번 숙여 고요함을 맞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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