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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 차별이라는 평범성에 대해

by 칼랭2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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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표지

「82년생 김지영」 표지

이 소설이 현대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이라는 글을 어느 신문 기사에서 본 일이 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던 때였고, 이 책도 그런 테마의 반열에 있었다. 

 

이 책을 읽어 보려고 도서관수첩에 적어 놓고, 빌려 읽어 보려 노력했지만 매번 '예약 Full' 상태여서 빌릴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어떤 방송을 보고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 방송에서 노회찬 의원이 추천 도서라며 이 책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솔직히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멋진 문체를 가진 작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생동감 있는 구성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82년도에 태어난 중산층 여성의 삶을 마치 그 사람이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기라도 하듯, 써내려간 정도였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 아님에도 이 책은,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사실성, 그 매력을 사실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로 있었을 법한 '그녀'는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이 분명함에도, 매순간 비참과 고통을 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의 삶에 공감할 만한 삶 조차 살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말로는 차상위 계층이라고 해야 할까?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장애물들을 넘어야 했다. 넘지 못했던 장애물들도 있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모자람 없이 자랐던 그녀의 학창시절에도 여전히 '여성으로서의 삶'이 위태롭고 괴로웠다는 것이 더 슬프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 나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었던 그들도 괴로웠고 상처받았다는 사실은 '위로'가 아니라 '절망'으로 다가왔다.

 

 

자본주의적 모럴리즘에 의해 우리는 노력한 만큼 성취하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여성들도 노력했다면 성취하는 게 당연했다고, 교육에 있어 평등한 기회를 갖고 있는 여성들도 남성들만큼 성취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현재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식으로 반론을 펼친다.

 

하지만 여성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 경영의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겨우 3.2%에 불과하고 고위직 공무원의 비율도 턱없이 낮다. 

 

국가공무원 고위직 여성 비율 5.77%…‘유리천장’ 심각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가공무원 고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5.7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임기제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78.7%로 집계돼 유리천장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www.tfmedia.co.kr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승진할 기회가 없었거나, 승진 기회가 있었더라도 육아 의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능력이 없는 여성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끝끝내 드러나지 않은 채, 때로는 '가족'이라는 단어 안에, 때로는 '국가'라는 단어 안에 수렴되어 버린다.

 

조남주의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보고서' 같았다. 차별적 사실을 '각주'로 달아서 '차별'은 '픽션'이 아니라 '사실'임을 '형식'을 통해서까지 표현한다. 아마 이것이 조남주 소설이 갖고 있는 구성적 가치이거나, 혹은 감정을 끌어 당기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을 거란 생각이다. 

 

과거로부터 치유되지 못한 채 유지된 '혐오정서' - 혹은 순화해서 말한다면 '차별적 정서' -와 뒤엉킨 모럴리즘은 유리천장의 존재를 부정하게 하고, 노력하는 여성을 투명인간으로 만들거나 여성들의 적으로 둔갑시켜 왔다. 

 

이 책은 그 사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 남자들이 봐야 하는 책이다.

 

여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시시할 수도 있으니까.

 

작성일 : 2017/11/01 16:08

수정일: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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