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꽃은 5월의 꽃, 금낭화(Dicentra spectabilis)입니다.
바로 이 꽃인데요.
금낭화는 중국의 북부와 동북부, 그리고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서 서식 가능합니다.
우리가 보는 금낭화는 대개 관상용으로 심은 것들이고, 자생종은 설악산 어디쯤에선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찍은 꽃도 어느 골목 끝에서 발견한, 누군가가 심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꽃은 5월에서 6월 사이에 핍니다. 활처럼 휜 줄기에 주머니 모양의 분홍색 꽃이 일렬로 나란히 달리는데요. 꼭 분홍 주머니 여러 개를 뒤집어 막대기에 매단 모양새입니다.
(물론 '흰색'으로 피어나는 금낭화도 있습니다. 그건 별도로 흰금낭화[Al ba]라고 합니다.)
이렇게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들이 어긋나게 붙어 아래에서부터 피어나는 꽃차례 모양을 총상꽃차례라고 합니다.
▣ 꽃 모양
꽃이 좀 독특하게 생겼는데요.
총 네 개의 꽃잎 중 두 개는 짙은 분홍색(외화피)인데, 원래는 하나의 심장 모양 주머니였다가 반으로 갈라진 것 같은 모양입니다. 아래쪽은 양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흰색으로 하나로 모아져 있고, 아래쪽이 조금 부푼 형태로 밑으로 길게 뻗어 있습니다.
꽃받침이 2개가 존재하지만 꽃이 피기 전에 시들어 떨어집니다. 수술 6개와 암술 1개를 갖습니다. 수술은 흰 꽃잎(내화피) 안에 3개씩 양쪽으로 모여 있습니다. 위 사진 보시면, 줄기 가장 왼쪽으로 길게 내려와 있는 게 보이실 텐데 그게 암술입니다.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줄기는 곧게 나고, 잔가지가 갈라집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잎자루는 길고 작은 잎이 3개씩 2회 돋아나는 깃꼴겹잎입니다.
금낭화는 6월에 결실을 맺는데요. 열매는 삭과로 1~2cm 정도의 크기이며 긴 타원 모양입니다. 익으면 벌어지면서 검고 윤기 있는 씨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 '금낭화'라는 이름의 유래
■ 錦囊花
한자어 '금낭화'의 '금낭'은 '비단주머니'라는 뜻입니다. 꽃의 생김이 '비단주머니'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거죠.
'금이 담긴 주머니를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 책도 있는데요. '금'을 '金'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정리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책에는 '비단주머니'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합니다. '금낭화'의 '錦'은 '비단 금'입니다.
하지만 이 꽃은 정말로 '주머니를 거꾸로 매달아, 금이 막 쏟아지려는 듯한 모양' 같습니다. 수술대 끝의 노란색 꽃밥이 '금'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주머니같은 모양새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며느리주머니꽃'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그밖의 이름: 등모란, 덩굴모란, 며느리취, 며눌취 등
■ Bleeding Heart
실연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숨을 끊은 이의 자리에서 피어난 꽃 이야기 많죠? 이 꽃도 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왕자님이 있었답니다. 그 왕자님은 한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죠. 하지만 소녀는 왕자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왕자는 끙끙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가슴에 칼을 찔러 죽었다고 해요. 왕실에서 장례를 치뤘는데 왕자의 무덤에서 이 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이 꽃을 보면요. 진분홍의 하트가 갈라진 자리에 눈물이 흐르는 듯한 모양이지 않나요? 혹은 심장에 칼을 박은 듯한 모양으로도 보이죠. 이 꽃의 영문명이 Bleeding Heart라고 하는데요. 직역하면 '피 흘리는 심장' 정도 될 것 같은데요. 이 꽃을 본 서양 사람들도 심장을 칼로 찌른 듯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밖의 이름: 등모란, 덩굴모란, 며느리취, 며눌취 등
▣ 활용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지만 끓는 물에 데쳐 독성분을 제거한 뒤 섭취해야 합니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약재로도 사용하는데요. 뿌리에는 전초에 있는 알칼로이드의 10배 가량이 함유되어 있어 더 주의해야 합니다. 금낭화를 통해 독에 중독되게 되면 주로 구역질,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증상을 보이며, 경련 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배수가 잘 되는 반그늘 땅에 키우면 잘 자란다고 합니다.
뜨거운 자외선 싫어하는 건, 저랑 닮은 것 같네요.
왠지 집 마당에 심어져 있으면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 것 같은, 기분 좋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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