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눈여겨 보지 않았던 개천변 풀숲을 요즘엔 참 자세히도 살펴보며 다니는데요. 가을 들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풀꽃이 있습니다.
바로 '고마리'라는 꽃입니다.
고마리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개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습지식물입니다. 그저 물가에서 자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습지에 살며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주기까지하는 아주 고마운 풀이죠.
뾰족한 원뿔 또는 삼각뿔 모양의 꽃망울이 아주 앙증맞아 예쁜데요. 마디풀과 꽃의 특징입니다. 꽃잎이 펼쳐지고 나면 또 그 안에 오밀조밀 있을 건 다 있어서 또 그게 감탄을 자아냅니다.
사실 멀리서 보면 그냥 분홍빛의 점들일 뿐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열 개에서 스무 개에 이르는 꽃들이 뭉쳐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흰색, 분홍색, 흰 바탕에 끝만 붉은색 등 다양한 색깔을 담고 피어나죠.
꽃받침은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길이는 3~6mm 정도입니다. 수슬 8개, 암술대는 3개를 갖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잎 모양은 창검처럼 생겼습니다. (메꽃하고 비슷하죠?)
여뀌와 꽃 모양이 같은데요. 여뀌 종류는 가지에 가시가 없지만 고마리에는 가시가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하지만 뭐, 가시..? 눈으로 잘 안 보입니다. ^^;)
또한 꽃이 뭉쳐 나는 방식도 아주 많이 다르죠.
그리고 잎의 모양도 아예 다릅니다.
여뀌도 종류에 따라 잎 모양이 다른데요. 고마리처럼 잎의 아랫부분이 양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모양은 아닙니다. 여뀌는 선형이거나 긴 타원형, 피침형 등의 일반적인 풀잎 모양새거든요.
사진만 봐도 확실히 구분이 되시죠? 한 개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이삭처럼 달리는 이삭화서인 '여뀌'와 다르게 고마리는 하나로 뭉쳐서 납니다. 뭉쳐 나는 모양새 때문에 비슷한 꽃도 있지만, 그런 꽃들은 대체로 이렇게 큰 잎이 꽃 밑에 바로 붙어 있지 않습니다. 창검 모양의 큼직한 잎 위에 작은 삼각뿔 모양 꽃받침이 여러 개 뭉쳐 있다면 100% 고마리입니다.
개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산이나 들의 다소 습한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텃밭 농사를 살짝 지었는데, 그곳이 다소 습한 장소였거든요. 가지를 따러 갔다가 장마가 지나간 여름에 이 꽃을 처음 봤어요. 그리고 나서, 수원천을 걷는데 모든 물가를 장악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얼굴들이 이 계절에 수도 없이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올해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혹시 이 꽃을 보게 되시면요 잠시 멈춰, 가까이 다가가 보시고 작고 예쁜 얼굴과 마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눈 한 번 맞추고 나면, 물길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줄 지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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