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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아멜리 노통 내가 읽은 첫 번째 노통의 소설은 『사랑의 파괴』였다. 그 후로 노통의 소설들을 섭렵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노통이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이었다. 지금 그녀는 문단과 대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명실상부한 인기 작가이지만 처음부터 순조롭게 문단에 들어왔던 것은 아니었다. 이 소설을 받은 첫 출판사에서는 ‘장난’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랬다. 그녀는 수다스럽게 얘기를 풀어놓는다. 독자를 복잡한 서사의 세계로 인도하기 보다는 수다스러운 철학의 세계, 은유의 세계, 풍자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이 소설에는 문단에 대한 풍자가 섞여 있다. 비만한 소설가의 말장난에 '제대로' 응수하는 촌철살인의 여기자. 그녀는 노통이었고, 노통은 소설 안에서 여기자의 제스츄어.. 2023. 4. 3.
[단편소설읽기] 은둔 - 권정은 은둔 | 권정은 ▣ 줄거리 3년 전 사소한 다툼 끝에 형이 죽었다. 그 뒤로 '나'는 은둔형외톨이가 되었다. 엄마는 형을 계속 불러 대고 누나는 집안을 계속 걷는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내 방 안에 형이 아직 썩어 간다고 '느낀다'. '나'는 계속 굶고 있다. 가족들이 자신을 잊었을까봐 두렵다. 그러다 누군가 방문 틈으로 코를 들이대고 웃는 게 느껴진다.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니 눈동자가 보인다. "누구야?" 내가 외치자, 누군가 마루를 가로질러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반대편 방문이 쾅 하고 닫힌다. 밖이 조용하다. 엄마가 조용해졌다. 다시 방문 앞을 지나가는 발짝 소리. 방문에 대고 말한다. "누나지? 방금 엄마가 내 방 들여다 봤어?" 걸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숨을 죽인다. 문 앞 누군가는.. 2023. 4. 1.
[단편소설읽기] 상자 - 신진오 상자 | 신진오 [줄거리] ▣ 수상한 상자 '나'는 민규 형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노숙자 행색이었는데, 와이프가 바람을 피웠다는 얘기를 꺼낸다(그는 개업의이며, 아내는 미인이다). 민규 형은 집으로 배달된 소포 하나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몰골이 안 좋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민규, 서연 부부 앞으로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수취인 : 정민규, 김서연 부부 앞 소포 안 상자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상자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상태로 '상자를 부수려했다'고 전개됨.) 수공예품 같아 보이는 상자. 서연 갖다 버리라고 했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서연은 상자를 가져다 버렸다. 상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 왔고, 계속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민규가, 서연의 성화에 못 이겨 상자를 내다 버렸다... 2023. 4. 1.
[시나리오 작법] E.T - 역 트리트먼트 & 패러다임 구성 E.T - Extra-Terrestrial 1. ET 逆 트리트먼트 어두운 밤, 까만 하늘 위로 별들이 반짝인다. 숲 속에 우주선이 빛을 뿜어내고 있고 카메라 시선은 나무 뒤에 숨어 우주선 주변을 돌며 우주선을 본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외계인들이 집단으로 우주선 밖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멈춘다. 그들에게서는 붉은 빛이 난다. 숲 속을 걷는 시선. 거친 숨소리와 발짝 소리가 들린다.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외계인이 마을을 내려다본다. 다시 이어지는 숨소리와 발짝 소리. 숲 속으로 여러 대의 자동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려서 손전등으로 무언가를 조사하는 듯. 붉은 손전등이 외계인에게 비추이자 괴성을 지르며 도망을 친다. 캥거루처럼 팔딱거리며 뛰어가는 외계인의 가슴에서 붉은 빛이 난다. 사람들은 외계인을 추.. 2023. 3. 31.
[장편소설] 배수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장편소설 모든 개인은 감당해야 할 스스로의 몫을 타고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의 역사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한 세트의 대량 가공품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p.283 안타깝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모두에게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고, 그러한 몫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흔히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가난’에 대한 비틀어진-이방인으로서의 시각을 이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가난은 고통인가. 수치인가. 가난이란 뭘까. 사람들은 '굶어 죽지 않는 것'만 해결된다면 가난은 거의 해결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행을 따라갈 수 없게 하는 어떤 삶의 한계가, 가난의 단점이지도 않다. 이 소설에.. 2023. 3. 31.
[장편소설] 아멜리 노통브, 반박 - 타인은 지옥 타인이 바로 지옥이다1) 아멜리 노통의 소설 『반박』2)을 중심으로 파괴의 생산성 인간만큼 파괴를 사랑하는 종種은 없을 것이다.3)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파괴란 비단 생물학적인 파괴(殺傷)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라크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것은 사람을 죽이느냐 죽이지 않느냐 하는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 강력하게 인류를 지배하는 ‘정신의 영역’간의 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노통이 그려내는 파괴와 죽음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 죽음만을 염두에 둔다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파괴와 죽음의 문제는 상투적인 수준에만 머물 뿐이다. 우선『살인자의 건강법』에서 그려지는 늙은 소설가를 살펴본다면, 그가 젊은 시절..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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